[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공경의 의미(6월 12일)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날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신심 기념일’로 지낸다. 성모 성심 공경은 17세기 프랑스의 성인 장 에드(Jean Eudes, 1601-1680)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성인은 교황 레오 13세부터 비오 10세 재임기간 중 예수 성심과 마리아 성심의 스승이요 사도로 불리던 인물입니다. 예수 성심 축일을 지내기 20년 전부터 제자들과 함께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공경하였습니다. 성모 성심 공경은 19세기에 와서 별도로 날을 잡아 기념하기 전까지는 예수 성심 미사를 통해 전례 안에 들어왔습니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1917년 파티마의 성모 발현 후 더욱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특히 교황 비오 12세는 파티마 성모 발현 25주년인 1942년에 전 세계를 성모님께 봉헌하였고, 이 축일을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1959년 로마 전례력이 개정됨으로써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로 한 등급 낮추어졌고,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날인 토요일에 성모님을 기념하도록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모의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왜 공경해야 하는가?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 ‘물을 길으리라’의 ‘예수 성심, 352항’에서 이렇게 가르친다. “신자들은 ‘예수 성심 공경’에 하느님의 어머니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 공경을 긴밀히 결합시키도록 마음을 써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인간 구원 역사를 수행함에서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와 떨어질 수 없이 함께 결합되어 계셔서, 우리의 구원이 어머니의 사랑과 고통과 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그분의 고통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그리스도로부터 마리아를 통하여 신적 생명에 이르게 된 그리스도교 백성으로부터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께 드려야 마땅한 영광을 드린 뒤에 천상 어머니의 지극히 사랑하올 성심께도 신심과 사랑, 감사와 보속을 드리는 것이 전적으로 합당할 것입니다.” 성모의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공경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불쌍한 죄인들인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고 하나도 빠짐없이 구원하시고자 하는 마음이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이라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 마음에 순종했으며, 그 마음과 하나 되어 고통받은 마음이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이다. 우리 신앙인들이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에 대해 합당한 공경과 흠숭을 드리고자 한다면 성모님의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공경하고, 예수 성심께 온전히 일치되어 있는 성모 성심의 지극히 깨끗한 사랑을 본받아야 한다. 성모님께 배우고, 성모님의 마음과 닮아가려는 신심이 곧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대한 공경이요 신심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성모 성심을 공경하는 것이 예수 성심께 진정한 사랑과 흠숭을 드릴 수 있는 가장 타당하고 적합한 길이다. 달리 말하면 성모 성심께 대한 신심 없이 예수님의 성심을 합당히 사랑하고 일치할 수 없다. 성모 성심에 대한 공경은 특히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신 성모님의 온전한 순명을 본받는 삶이어야 한다. 인간 이성의 이해를 넘어서는 신비 자체이신 하느님의 뜻에 겸손되이 자신을 봉헌하는 성모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며 모델이시다. 성모 성심은 우리 신앙인들을 하느님의 뜻 앞에 기꺼이 순종하도록 이끌고 도와주고 전구한다.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은 내면에 속됨이 없이 순수해 주님의 현존 안에 살아 우리는 성모 성심의 예수님께 대한 온전한 사랑의 마음과 함께 그 마음의 ‘티 없음’을 본받아야 한다.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이란 무슨 뜻인가?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은 내면에 속됨이 없이 순수하여 주님과의 관계에 합당한 것을 간직하고 주님의 현존 안에 살면서 통일되고, 일관적이고, 모호하지 않고, 단순한 삶을 누리는 마음이다(교황 프란치스코께서 2020년 4월1일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 중에 하신 말씀). 성모님의 성심에는 진정 하나의 티도 흠도 없고 지극히 순수하다. 어리석음도, 악도, 죄의 어두움도 없다. 원죄 없이 잉태되셔서도 그렇고, 성경에 나타나 있듯이, 우리 인간 구원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시고 당신의 몸과 피까지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의 길에 자신의 뜻이나 인간적 이해를 하나도 내세우지 않고 온전한 겸손과 사랑으로 순종하고 일치하셨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에 대해 원망을 하거나 분노를 하지 않으셨으며,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아들 예수님의 뒤를 따르고 함께 하셨다. 골고타 언덕 십자가 아래 ‘피에타’에서 보여주듯이 우리 죄인들을 위한 예수님의 희생과 죽음은 성모님의 티 없이 깨끗한 품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바쳐지셨다. 성모 성심을 공경하는 것은 그분의 모성적 사랑을 공경하는 것 또한 성모 성심을 공경한다는 것은 그분의 모성적인 사랑을 공경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그리스도와 온전히 결합된 마리아의 인격에 대한 공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모 마리아는 성자의 어머니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영적 어머니이시다. 그분은 신비체의 머리이며 만민의 구원자인 그리스도와 함께 인류의 구원을 간절히 원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의지에 온전히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신다. 성모님은 우리 자녀들을 위해 온 마음을 쏟으시며 전구하시고 돌보아 주시는 한없는 사랑의 어머니이시다. 심장으로 표현되는 성모 성심은 하느님인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음이므로 그에 합당한 공경을 드려야 하는 것이다. 성모 성심에 대한 공경은 또한 성모님의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온전히 열려있던 그 마음을 공경하고 본받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성모님의 마음은 말씀을 간직하고, 기억하고, 묵상하면서 아들 예수님의 길을 충실히 따르셨다. 그러므로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주님의 말씀을 가까이하고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성실함이 없다면 성모 성심을 타당히 공경하고 본받는 태도가 아니다. 또한 성모 성심에 대한 공경은 매일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은 물론, 아들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을 늘 사랑으로 바라보고 일치하신 성모님처럼 우리도 성체 앞에 성모님의 마음으로 다가가 사랑의 조배를 드리도록 다그친다. 성모님께서 파티마 발현 중에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고 메시지를 주셨듯이, ‘티 없이 깨끗한 성모 성심’은 어떠한 무기나 세속의 힘보다 강하여 마침내 악을 물리칠 것이다. ‘티 없이 깨끗한 성모 성심’은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는 하느님의 가장 강한 도구요 우리의 힘이다.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하고자 한다면 ‘티 없이 깨끗한 성모 성심’을 사랑하고 의탁해야 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7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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