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네가 부르짖으면 주님께서 반드시 자비를 베푸시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30,19-21.23-26
복음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5―10,1.5ㄱ.6-8
대림 제1주간 토요일(2014년 12월 06일) 고마움
우리 수도자들도 인간인지라 수도원에 살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해주었는데 은혜를 모르다니…” 이 감정은 우리의 기가 꺽어버립니다.살고자 하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주님의 이 말씀은 우리를 향한 칼입니다. 댓가를 바라고 무엇을 주면 그것은 주는 것이 아니라 ‘거래’하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실상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주기 전에 이미 받았기에 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님이 형제들을 통해서 베풀어주셨기에 우리는 무엇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어느 연로한 선배 신부님이 제 방에 오셔서 제 어깨를 두드리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무슨 공로가 있어서 이렇게 뜨뜻한 곳에서 호강하며 살 수 있었겠냐. 고마워!” 이 말씀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아, 이것이 수도 삶의 완성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그 신부님이 주셨습니다. ‘고맙다’는 그 말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님께 고마움을 느껴야지 우리는 충만히 살 수 있고, 곧 우리 삶이 다른 이를 위한 선물이 됩니다.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곳에 하늘 나라는 가까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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