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의 탄생의 기적은 즈카르야가 성전에서 사제직무를 수행할 때 시작된다(1,8). 사제들은 과월절과 무교절, 오순절, 초막절을 제외하고 매년 두 주간씩 성전에서 의무를 수행하였다. 사제들은 분향을 가장 영광스럽게 여겼고 당시 18,000여명의 사제가 있어 분향은 일생에 한번밖에 못했다(1,9). 즈카르야가 제비를 뽑아 주님의 성소에서 분향하는 동안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1,10). 그는 개인적인 청원이 아니라 메시야의 도래와 구원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도하였을 것이다(다니 9,20 참조). 그때 주님의 천사가 ‘실제로 나타나’(ωφθη의 수동형) 분향 제단 오른쪽(εκ δεξιων) 곧 하느님의 힘과 권능이 나타나는 자리에 섰다.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터이니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라고 일러준다(1,13-14). 여기에 루카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세 가지 단어가 나온다(χαρα, αγγαλια, χαιρω). 그런데 ‘학갈리아’(αγγαλια)는 특히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함으로써 일어나는 기쁨과 행복이다. 곧 즈카르야의 기쁨은 아들의 탄생 때문이 아니라 주님의 도래를 위해서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일을 맡게 된 데서 오는 구원의 기쁨인 것이다. 요한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고(1,15),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며(1,15), 많은 이스라엘인들을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고(1,16)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메시아보다 먼저 와서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1,17). 엘리사벳은 잉태하여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냈는데 요한을 잉태한 사실을 하느님의 자비로 받아들였다(1,24-25).
요한의 탄생 이야기를 통해 되새길 것은 무엇인가? 즈카르야는 기도하는 중에 잉태 계시(선물)를 받았다. 그렇다! 기도의 자리는 늘 그렇게 하느님 현존의 자리이자 선물이 주어지는 자리이다.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의 선물을 기대하지 말자.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주님께서는 인간의 눈에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조건을 통해서도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한 사랑의 역사를 계속하심을 굳게 믿도록 하자! 그리고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알려준 대로 세상적인 기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참 기쁨(학갈리아, αγγαλια)을 찾도록 하자! 나아가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잉태하게 된 것을 하느님의 자비로 받아들였듯이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일들에 조용히 감사할 일이지 ‘현상에 집착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가까이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우리 삶에 개입하시어 당신의 일을 하시는 그분의 사랑의 몸짓에 초점을 맞추어 동화되고 변형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