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탐구 생활 (58) 영성체 ①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다 오늘날에는 신자들이 성체를 손에 받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제단과 신자석을 가르는 난간 앞에 무릎을 꿇고 입으로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중세 이후 천 년 가까이 유지된 관습이다 보니 평신도가 손으로 성체를 만지는 것은 절대 금기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4세기 말 예루살렘에서는, 새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두 손을 내밀어 왕을 모시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치도록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주의: 오늘날에는 그 반대로, 즉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쳐, 축성된 제병을 오른손으로 집어 입에 옮겨 모셔야 합니다). 교회가 이와 같은 관습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9세기에 와서였습니다. 그 무렵 병자들에게 성체를 영해 주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하는 사제와 부제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픈 평신도들이 직접 성직자에게 찾아오거나, 다른 평신도가 집에서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성체를 받으러 와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제들은 평신도들이 병자에게 직접 성체를 영해 주거나 성유를 발라 주는 일이 없게 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그런 일은 사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평신도들의 성체 접촉을 금지하는 최초의 규범들은 평신도 편에 부당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의무를 게을리하는 사제들에게 의무수행을 재촉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합니다. 이후 성체 신심이 크게 발전하고 신자들의 영성체 횟수가 줄어들면서, 평신도는 성체를 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하는 관습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교회의 전 지체가 축성된 거룩한 백성이라는 생각을 되살리고,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성직자뿐 아니라 교회의 품 안에 있는 모든 신자가 세례 안에서 그리스도와 이루는 결합으로 사제다운 백성이 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흐름 아래서, 1969년 5월 29일자 성사성성 훈령 「주님의 기념제」(Memoriale Domini)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입으로 받는 영성체와 함께 손으로 받는 영성체를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신학적인 이유 말고도 현대 사회의 문화적 상황 또한 손으로 하는 영성체 관습을 되살릴 필요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가톨릭 신문」(1985년 9월 8일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손으로 받는 영성체를 시도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께서 최후 만찬 때 축성하신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신 동작에 더욱 밀접하고, 또 입으로 할 경우 사제의 손가락에 묻을 수 있는 침이 다른 사람의 입에도 묻게 되는 위생상의 이유도 고려되었을 줄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체를 받아 먹기 위해 사제 앞에서 얼굴을 치켜들고 입을 딱 받는 모습은 여성의 경우 특히 난처한 것이 사실이다. 손으로 하는 영성체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는 각국 주교회의가 결정해 교황청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주교회의는 1972년 10월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되고, 이후 1974년 4월 주교상임위원회에서 손으로 하는 영성체를 각 교구장에게 일임하였습니다. 현재 한국 교구들에서는 “영성체하는 이가 원하면 손으로 성체를 모신다.”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61항). [2021년 8월 8일 연중 제19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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