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예수님께 몰려든 군중들에게 시선을 모아보자. 그토록 ‘큰 무리’가 예수님께 몰려든 상황은 인간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순수한 인간적 소망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희망하는 이들, 고통과 시련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한숨소리가 예수님을 갈망하고 있다. 아니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고, 교회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고 있다. 예수님의 마음과 손짓으로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해주는 우리가 되어야 하리라. 하느님께 매달릴 힘도 여유도 없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이제 예수님께로 눈길을 돌려보자. 예수님께서는 뜻밖에도 자신에게 몰려든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제자들에게 거룻배 한척을 준비하라고 명하셨다(3,9). 군중들은 그분의 놀라운 능력에 끌려 너나 할 것 없이 그분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려고 밀려들었다(3,10).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이 기대하던 현세적 권능과 당신이 지니신 하느님의 권능 사이에 불편한 마찰을 피하시려고 거룻배를 띄우신다. 그분께서는 거룻배를 이용하여 군중들과 거리를 두시고 그들을 한적한 곳으로 끌어내시어 당신께서 행하신 일들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권능을 보도록 해주셨다.
나에게 하느님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와 하느님의 능력을 알아차릴 순수함이 있는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3,11)라고 외치는 더러운 영의 거짓 고백과 유혹에 휘말려 세상적인 힘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집착과 소유와 고착된 습성의 자리,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떠나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경이로운 능력을 받아들이라고 초대하신다. 멈추어 진정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이며 진정 내 영(靈)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해보았으면 한다.
이제 하느님 앞에 멈추어 내가 해오던 것들, 내 뜻대로 살아오던 삶의 방식들을 다시 보도록 하자. 나의 사소한 몸짓과 일상의 시간들 안에서 삶의 중심이요 혼인 예수님의 말씀과 그분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능력을 온 몸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서 샘솟도록 주님과 나 사이에 빈자리를 마련해드리도록 하자! 하루에 한번쯤은 하느님의 마음과 능력을 회상하며 자신을 다시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