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시간
예수님은 시몬의 집에 찾아가 그 장모를 고쳐 주시고 동네 사람들이 데리고 온 병자들을 일일이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기도하시며 성부께로부터 힘을 얻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만 굳이 시간을 내어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침묵 속에 하느님과 만나는 기도의 시간입니다.
오늘날은 침묵을 통한 기도의 시간이 참으로 필요한 시대지만 이는 어떤 것보다 어렵습니다.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침묵은 어색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대침묵 피정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오직 전례 때와 영적지도자와의 시간에만 말을 하고 그 외의 시간은 침묵 가운데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어색하고 그러다 보니 깊은 침묵의 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항상 주변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하느님의 음성, 손길, 메시지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많은 활동을 하시던 예수님도 조용한 순간을 찾아 침묵의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침묵의 순간은 오직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많은 활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멈추는 침묵의 순간들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나를 내세워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내세워 그분께서 작용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힘으로 하는 일은 많은 한계를 지니지만 하느님의 힘을 빌려 하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우리가 예상치 못한 기적을 일으킵니다.
- 우경민 신부(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