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고교 시절에는 유난히 많은 짐과 함께 등하교를 했던 것 같습니다.
교과서와 참고서가 담긴 커다란 책가방과 실내화 가방,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담은 도시락 가방, 체육 수업이 있는 날에는 체육복 가방까지! 줄줄이 사탕마냥 가방을 메고 지고 들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교실마다 개인 사물함이 있어서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내외화의 구분도 별로 없기 때문에 실내화 가방을 마련할 이유도 사라졌고, 엄마의 사랑 가득했던 도시락 가방은 학교 급식 덕분에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편해지고 풍요로워진 세상이 커다란 축복이자 행운으로 여겨지지만, 우리들 삶의 자리들을 바라볼 때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곤 합니다.
분명 거저 누리게 된 것들이 많아졌는데도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기 마련’이듯 거저 받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점점 더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자신이 먹을 식량을 아껴두었던 한 사람 때문에, 하느님 아버지께 드렸던 감사와 찬미 때문에, 그리고 하느님의 은혜와 축복으로 얻어진 것들을 소중히 여겨 광주리에 모아 담을 줄 알았던 마음 때문에 이룩된 풍요로운 잔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