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먼저 핍니다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한자 ‘미美’를 자형풀이 해보면 ‘커다란[大]’ 제사상 위에 놓여 있는 ‘양羊’의 모습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처음 보았을 때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36 참조)이라고 합니다.
그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분 바로 ‘하느님의 아름다움’이신 예수님께서 제자 세 명과 함께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
그리고 메시아로서의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새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빛났다고 합니다(마르 9,2-10).
3월에 들어섰으니 봄도 시작되겠지요. 봄의 시작은 꽃입니다.
목련도 개나리도 달래도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겨울 내내 볼품없는 나뭇가지에 불과했지만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을 먼저 피워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우리 마음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그다음 돌아오는 것이 아픔이고 상처이고 고난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맨 먼저 꽃으로 핍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이신 예수님께서 왜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왜 높은 산에 오르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보았으니 마땅히 아름다워져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고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높은 산에 오르기 전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더욱 그렇지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
- 박기석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