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7일 사순 제4주간 화요일
"Do you want to be well?"
"Rise, take up your mat, and walk."
(Jn.5,8)
제1독서 에제 47,1-9.12
복음 요한 5,1-16
'제 주제에 이 정도면 엄청 잘했죠?’
종종 묵상하다가 주님께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예전에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꽤 능숙하게 되고, 다른 이들로부터 칭찬의 말도 듣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주님의 도우심이 가장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칭찬보다는 주님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제 주제에 이 정도면 엄청 잘했죠?’라는 말씀을 드리게 되네요.
사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감히 어떻게 드릴까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과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눠가면서 또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런 대화가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주님이 멀다고 생각될 때는 대화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뜻이 아닌 세상의 뜻을 따를 때 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시며, 늘 우리 편에서 ‘괜찮다’라고 응원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우리는 용기 내어 주님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갑곶성지에 있을 때 출판했던 저의 세 번째 책 제목이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입니다. 혼자 갑곶성지에서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들 중심으로 쓴 책이지요. 솔직히 이 책 제목이 지금까지 출판한 7권의 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듭니다. 주님께서 늘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라서 그럴까요? 그래서 이 책 제목만으로도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인해 주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입니다. 죄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좌절에 빠지는 우리이기도 합니다. 그때에도 주님께서는 당신의 큰 사랑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다시 한 번 해보자.”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주님의 이런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도 안식일에 사람을 치유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잘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응으로 나중에 십자가 죽음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음도 아셨습니다. 그런데도 안식일에 사람을 치유해주십니다.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안식일이라고 해서 아무런 치유도 받지 못하고 고생하는 그 사람을 가만히 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이 사랑에 큰 용기를 얻게 됩니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큰 사랑, 그래서 세상의 어떤 방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한 배려와 사랑을 먼저 실천하시는 분임에 큰 용기를 가지고 다시 한 번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어렵고 힘드십니까? 용기를 가지고 다시 한 번 해 봅시다. 용서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을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의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 주면 달걀 프라이가 된다.
이렇게 용서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재능의 비밀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감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감각이 나의 재능을 실현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실현시키는 것은 ‘열정’이라고 하네요. 물론 여기에 운이 작용한다면 좀 더 쉽게 실현시킬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며, 이를 뒷받침할 성실이 또한 함께 해야 합니다.
재능을 실컷 발휘하며 원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구도자처럼 일정한 삶의 규칙대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므로 재능의 첫 번째 비밀은 절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재능을 한꺼번에 탕진하지 않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겸손해하고 감사하면서 매일매일 벽돌을 차곡차곡 쌓듯이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받은 재능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인 것입니다.
재능의 두 번째 비밀은 매일 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도, 심지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꿈속에서도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타오르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재능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무구한 ‘집중’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잠깐의 불꽃놀이처럼 휘황찬란하게 빛났다가 사라지는 ‘재주’아니라, 살아있는 한 끝까지 자신의 삶을 불태울 수 있는 솜씨야 말로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듭니다.
길거리에서 본 벽화. 우리가 발휘할 재능은 여러 분야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