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으로 건너가는 죽음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를 앞두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면서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십니다.
사람들이 환호했던 이유는 예수님께서 당신 능력의 표징을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고 병자들을 고쳐 주셨으며, 악령을 쫓아내시고 죽은 이를 소생시키셨음을 보고 들었던 이들은 이제 예수님께서 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셔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걸어가셔야 할 길은 십자가 죽음을 통한 열매 맺음이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죽음이 무無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처럼, 땅에 떨어진 밀알 하나처럼 새로운 생명과 결실을 위한 자기희생의 죽음도 있습니다.
그러한 희생과 죽음은 부활을 준비하는, 생명으로 건너가는 죽음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희생을 무의미한 것처럼 생각하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부활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죄와 죽음으로 고통받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섬기려는 이들은 당신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썩음과 죽음, 희생 앞에서 예수님처럼 우리도 번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또한 예수님처럼 이렇게 기도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자발적인 썩음, 희생과 죽음은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께로 온전히 나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 안승태 신부(서울대교구 국내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