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왜 미사를 거행하는가?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어느덧 신앙생활에도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매 주일 형제자매들이 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던 모습이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이 ‘멈춤’의 순간이 우리 믿음의 상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히 여겨왔던 신앙의 선물과 일상의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도록 초대하기 때문입니다. 대면 미사가 중단된 시기에 ‘미사 밖 영성체 예식’을 통해서 성체만이라도 모시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많은 신자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주일 집회가 금지되기도 했던 초세기 박해 때에 “우리는 주님의 성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한 순교자들의 모습을 다시 마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 신앙인은 미사에서 주어지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성체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영적 갈망을 품고 사는 우리가 신앙의 가장 큰 선물인 미사의 은총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왜 우리는 미사를 거행하나요? 미사는 나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누군가에게는 미사 봉헌이 하루 혹은 한 주간의 생활에 생명을 불어넣는 원천과도 같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정점이 될 것입니다. 어떤 말로 표현하든 미사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은총은 결국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입니다. 그 사랑을 요한복음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가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일지라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 걸려 넘어지고 당신을 모른다고 부인할 것을 알면서도 품으시는 사랑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의 정신이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 안에 녹아 있습니다. 수난 전날 저녁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의 기도를 바치신 다음 당신의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고 명하셨습니다. 교회는 이 명령에 충실하여 미사를 거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행하여라”라는 주님의 말씀에서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단지 예식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또한 예수님께서 성찬례 제정 안에 담으신 당신의 사랑을 실천하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행하여라’(요한 13,15 참조). 요한복음이 들려주는 바와 같이 그날 저녁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스승 예수님처럼 자기 자신을 낮춰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라는 것이 성찬례 거행의 정신입니다. 이는 ‘건너감’을 의미하는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의 이기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는 죽음의 삶에서 탈출하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는 생명의 삶으로 넘어가게 하는 기적입니다. 예수님은 구약의 파스카를 완성하는 이 근본적인 ‘건너감’을 이루시기 위하여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를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의 기념’이라 부릅니다. [2021년 10월 3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태 요한 사도 신부(청학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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