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 월,
- 위로부터 태어나는 일
어느 날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거나 휴대폰 화면이 멈추면 망설임 없이 전원 버튼을 눌러 초기화를 진행합니다.
기다려 볼 여유가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생기면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이러한 행동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행동이 현실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니 그것이 큰 문제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시작하려 들지만 과거 습관에 발목을 잡히거나 얼룩진 과오 탓에 새롭게 시작한 일이 빛바래지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존재론적인 변화를 요청하십니다.
근본이 변화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설 수 없으므로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위로부터 태어나는 존재론적인 변화는 완전한 죽음을 수반합니다.
먼저 나의 뜻에서 깨끗이 죽어야 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새롭게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단번에 이루어내려고 하면 기존 것을 고수하려는 관성 탓으로 여러 저항에 부닥쳐야만 합니다.
그러니 일생을 두고 천천히 만들어 가되 반드시 도달하려는 원의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불고 싶은 데로 부는 성령께서는 시나브로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 주실 것입니다.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 아닐까요?
- 류지인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