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 목,
*한 말씀
영성체를 앞두고 우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이런저런 잡다한 지식을 머리에 쌓아둔다고 해서 그분을 알아 모시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가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 신앙의 진수가 필요하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는 그분의 초대를 받았지만 아무나 그분 곁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주님께서 바로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 모든 것에 앞서 그분에 대해 깨닫고 느껴야 할 그 말씀에 깊이 젖어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말씀이 내 안에 들어와 요동치고, 그 강렬한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경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을 읽어 내려가다가 한 말씀에 마음을 빼앗겨 헤어나올 수 없는 늪처럼 깊이 빠져드는 은총이 오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몰라 번민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난데없이 머리를 스치는 한 말씀이 떠오른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말씀을 읽는 와중에 마치 거울을 보듯 말씀에 비친 내 모습에 부끄러워지고 그 말씀에 걸려 넘어져 그 아픔을 묵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할까요.
우리는 아무나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 되어 그렇게 하느님을 뵈어야겠습니다.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