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언제나 우리를 바른길로 이끌어 줄 소중한 덕목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다른 좋은 것을 많이
가졌다 하더라도 이 겸손을 잃어버린다면 나머지 모든 것도 다 망쳐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착각도 하고, 변명도 합니다.
내가
스스로 물러나 조용히 내 안에 머무르는 모든 것이 다 겸손한 태도라고 착각을 합니다.
또한, 나에게 맡겨진 일과 사람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이
겸손을 가장한 변명으로 도망치려고도 합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이 겸손일 수는 없습니다.
겸손은 결코 주님이 우리에게 맡겨 주신 소명까지도 비워
버리는 가난한 마음의 자세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겸손은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비워내되, 오직 마음 한가운데에 주님이 주신 그것만을 간직하고
지켜내고 꽃피우려고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가 당신에게 맡기신 양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는 착한 목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어 진실로 가난한 이가 되셨지만, 자기에게 맡겨진 양을 위해서라면 결코 물러섬이 없는 결연한 자세로
버티시는 분임을 선언하고 계십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의 모범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처럼 우리에게도 당신의 어린양을 맡기셨습니다.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서로 진실되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도록 그 양을 맡기신 것입니다.
만약 아직 그 양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기도하며 찾아야 할 것입니다.
찾는다면 반드시 곧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발견했다면 부족한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그 양을 우리는
더는 배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오직 그 양과 함께일 때에야 비로소 구원받을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