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9 수,
* 선택
내가 쏜 화살이 나에게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누워서 침을 뱉은 것도 아닌데 나를 모함하는 이에게 쏟아 부은 분노가 외려 나를 옥죄어 오는 경우가 있을까?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혹시나 누군가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똑똑히 지켜보면서, 나를 지키기 위하여 무장하고 조심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경계하건만 어느새 물이 스며들듯 고통이, 낭패가, 실패가, 절망이 찾아듭니다.
도대체 그 철두철미한 경계근무의 틈바구니를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유쾌하지 않은 그것들 앞에서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밤새도록 지켰건만 그 수고는 아무 소용이 없어지고 눈물만을 흘리게 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어도 우리는 또 두 눈 부릅뜨고 지켜내고, 이웃을 밀쳐내며 나를 무장합니다.
마치 이것만이 우리가 살 유일한 길인 것처럼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요?
고통이 밖에서만 들어오는 것일까요?
마지막 날 심판하는 이는 주님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고, 구원도 멸망도 결국 내가 선택한다는 것을 잊은 것일까요?
우리가 망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주님을 저버리고 자신을 망쳐버리기로 선택하여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