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 목,
* 제 분수
세상의 그 무엇을 가지고 치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형편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눈부시게 영롱한 보석을 달았다고 얼굴에서 광채가 날 리는 없습니다.
텅 빈 머리 위에 화려한 모자를 씌운다고 그의 지혜가 하늘을 찌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릴없이 노니는 그에게 어느 날 없던 권위가 생겨 세상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릴 일도 없는 건 당연한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위로 올려 줄 헛된 노력에 시간과 힘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망상을 채우기 위해 낭비한 시간과 힘을 비축해 두었더라면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하고, 남도 더 기쁘게 해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여 판단하고 심판하는 데 진력을 다하는 인간의 못된 습성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여 자신을 치켜세우지 못할 것 같으면 남을 끌어내려 바닥에 내팽개쳐서라도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창조주이신 하느님마저 우리 발아래 두어 그분을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고, 자기 하기 나름으로 그분을 조정할 수 있다고 자신하게도 됩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바벨탑 꼭대기에서 내려와야 할 시간입니다.
주인이 아닌 종의 자리에서 주님을 깨어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파견하는 이가 아니라, 파견된 이입니다.
-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