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길이신 주님, 도반인 이웃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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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5-05-02 | 조회수92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우리에게는 두 종류의 길이 있습니다.
그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과 목적지로 가는 길이요,
이미 나 있는 길과 내가 만들어가는 길입니다.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이미 나 있는 길은 집이나 논밭이 아니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의 길이며,
굳이 목적지를 향해가는 그런 특정한 길이 아닙니다.
그래서 길을 걷고 있지만
목적지 없이 그저 길을 갈 수 있으며
이렇게 길을 걸을 때
정처 없이 걷는다거나 방황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특정한 길이 있으며,
이럴 경우 그 목적지를 향하여 가면
길을 통하여 가든 들판을 가로 질러 가든
그곳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고,
<나는 그곳으로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내가 그곳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옛날 제가 지금보다 겁이 없었을 때
등산을 가면 가끔 만용을 부렸습니다.
이미 나 있는 안전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제가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그때 제가 자주 한 말이
<내가 가면 그것이 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목적지만 정해 놓고
산길을 가기도 하고,
인생길을 만들어 가기도 하였으니
매우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몇 번 죽을뻔하면서
이미 나 있는 안전한 길을
겸손하게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인생길뿐 아니라
천국 길도 안전하게 가고 싶은데,
오늘 주님께서는 고맙게도
당신이 그 길이라고 말씀하시며
당신을 통하여
아버지께서 계신 곳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수도생활 문헌, “Vita Consecrata(축성생활)”는
우리의 수도생활을 하나의 여정으로 표현하는데,
그 여정을 “A Patre ad Patrem”이라고 요약합니다.
직역하면 “아버지께로부터 아버지께로”라는 뜻이고,
풀이하면 아버지께로부터 와서
아버지께로 가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아버지께로부터 와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여정인데
이 여정을 먼저 가신 분이 고맙게도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우리는 그분을 길 삼아
편히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문헌은 이어서 또
다른 길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타볼산으로부터 해골산으로”라는 길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오셔서 아버지께로 가시는
주님을 뒤따라 가다보면
타볼산에서 내려오시어 해골산으로 오르신
그 길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하느님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내가 만들어 갈 필요 없이
주님께서 가신 길을
편하고 안전하게 따라갈 수 있기는 한데
그 길에 타볼산에서 내려오는 길도 있고,
해골산으로 오르는 길도 있으니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듯이
같이 이 길을 가야 할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쉬운 길, 가까운 길은 혼자 갈 수 있고,
혼자 가는 것이 더 편하지만
힘든 길, 먼 길은 혼자 갈 수 없고,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요.
그런데 주님은
이 길을 앞서 가시는 인도자이시고,
우리는 이 길을 같이 가는
도반이요 동반자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 감사드리고
이 길을 같이 가는 우리 도반들에게도
감사하는 오늘이고 나날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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