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3 일,
* 묵은 가지를 도려내며…
이태리에서 지내던 시절, 백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중부의 어느 시골본당으로 부활사도직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오후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산책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포도나무들이 하나같이 가지가 잘린 채 앙상하게 몸통만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본당신부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것은 포도나무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유실수는 새 가지보다는 묵은 가지에서 열매를 맺는 법이지만 포도는 새로 돋아난 가지에서 열매를 맺기에 마치도 오늘 복음말씀에서처럼 수확기가 끝나면 다음 해 농사를 위해서 묵은 가지들을 모두 쳐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듯 우리의 영성생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때로는 그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거나 인내하기가 버거워 제자리에 안주해 버리곤 합니다.
이처럼 변화를 두려워하는 완고함이야말로 우리의 삶에서 도려내야 할 묵은 가지가 아닐까요?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과 함께 머물며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고착된 과거에서 벗어나 늘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그것이 완덕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 안융 신부(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