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7 토,
* 자기 낮추기
나는 하느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일 뿐입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에 들이치던 전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하신 분은 인도의 복자 마더 데레사 수녀님입니다.
위대한 겸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도, 때론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 말을 한 백인대장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습니다.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보여준 겸손은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든지 이 복음을 듣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립니다.
더욱이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겸손이 아닌, 종의 쾌유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낮추는 겸손.
그는 비록 로마인이고, 그래서 마태오 복음서를 읽고 듣던 이들에게는 적대감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겸손은 이렇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은 적어도 내가 받을 이익 앞에서는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겸손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부 혹은 아첨이라고 하지요.
진정한 자기 낮추기(겸손)란 자기 아닌 누군가를 위한 자기 낮추기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과 이 백인대장의 자기 낮추기에서 예수님이 보인다면, 여러분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있는 것입니다.
- 김태홍 신부(서울대교구 수유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