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0 화,
* 삶의 언저리에서
격동하는 삶을 동여맨 끈을 손에 꼭 쥐고서는, 오로지 이겨 내겠다고, 버텨 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워도, 우리네 인생은 의지가지 없이 흔들리는 일엽편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눈에 힘을 바짝 주고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노를 쥐고 돛을 세워도 불어오는 바람 앞에 하잘없이 뒤뚱거리고 마는 인생에 절망하거나 ‘이놈의 거지같은 삶에 희망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체념해 버리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왜 우리는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인생의 배를 타고 죽는 날까지 애만 쓰고 마는 허무함을 사는 것일까요?
우리는 알지만, 모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이 이토록 부질없이 흔들리는 낙엽 같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인생에 누군가 동승해 있다는 것은 모릅니다.
우리는 세차게 퍼붓는 비바람과 차오르는 물에 서슬 퍼런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지만, 그 공포를 가로지르며 잠든 척, 아니 잠시 침묵하고 계시는 그분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는 몰랐지만 알게 될 것입니다.
절망과 공포로 주눅든 우리를 붙들고 계시는 예수님 앞에서 어느새 거친 풍랑은 잠잠해지고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리란 것을.
어쩌면 바로 지금이 내 안에 그분을 깨워야 하는 시간일런지 모릅니다.
- 김태홍 신부(서울대교구 수유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