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 일,
* 세상과 다른 사랑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우리나라의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리는 대축일입니다.
사제로서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무척 짧았습니다. 서품 후 불과 1년 남짓의 사제 직무를 수행하고 순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일 년은 불꽃과도 같은 일 년이었습니다.
신부님이 목숨을 바쳐 증거한 하느님의 사랑은 지금도 한국 가톨릭 신앙 안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 사도들의 시대부터 교회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했습니다.로마에서 박해가 시작될 때, 사도들은 곳곳에 퍼져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지만, 뿔뿔이 흩어진 사도들이 곳곳에서 복음을 전함으로써 오히려 복음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이 가장 모진 박해를 받던 그 순간이 어쩌면 모든 민족에게 가장 복음을 잘 전할 수 있었던, 가장 위대한 증언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이었죠.
우리가 순교자들을 기리는 건 그들과 같은 증거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세상이 가장 비복음적이라 느껴질 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이 없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진정한 사랑, 세상과는 다른 사랑을 우리가 증언하고 보여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기리는 오늘, 나 자신은 과연 세상에 묻혀,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가치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그러한 세상 한가운데에서도 이웃을 돌봄으로써 사랑을 증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 민경일 신부(재단법인 바보의나눔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