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2 일,
* 비움을 통한 채움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파견하시며 ‘무소유’를 강조합니다.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필요한 것도 최소한으로만 지니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자들은 ‘모든 것’을 받은 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마르 6,7)
제자들이 받은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은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도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도 하느님께서 세상으로 파견하신 이들입니다.
하느님의 파견은 권한이 실린 보내어짐이며 지향이 있는 부르심입니다.
제자들에게 있어서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은 스승이신 예수님의 능력이 그들 안에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약속이며, 그 약속은 실제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 주심으로써 완성되고 실현되었습니다.
‘무소유’는 허무가 아닌 채움을 위한 여백입니다.
무언가를 놓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제자들도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의 영 성령의 능력이 우리 안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비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비워지고 가난해진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도구가 되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아 포기, 자신을 내려놓음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더 좋은 것을 위한 내려놓음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 보장된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 아브라함처럼 주님께서 이르시는 곳을 향하여 떠날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 안승태 신부(서울대교구 국내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