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04 화,
* 겸손하지 못할 때
살아가면서 누구나 기쁨, 희망, 믿음, 생명 같은 것들을 추구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얻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피하고 싶지만 마음속에서 자주,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은 두려움, 걱정, 불만, 공포 이런 것들입니다.
특히 두려움에 맞닥뜨릴 경우 믿음이 확실치 않으면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무엇이 나에게 희망과 구원을 줄 수 있을까요?
희망은 늘 겸손한 마음에서 싹틉니다. 겸손은 내가 아니라 주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마음에서 오는 내적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겸손이 없다면 우리는 두려움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겸손은 우리를 폭풍우 속 바다에서도 가라앉지 않게 해 줍니다.
겸손을 모르는 이는 고난의 시기에 주님을 보고도 제자들처럼 유령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나의 눈과 생각 속에 하느님에게서 비롯되는 희망보다는 자신의 자만과 오만으로 가득 차 예수님이 아니라 유령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겸손하지 못했던 건 베드로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어쩌면 그는 물 위를 걷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청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갖고 싶고, 경험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에 베드로는 곧 두려움에 휩싸여 물에 빠져 버립니다.겸손하지 못할 때, 내 안에 어떠한 능력도, 기적도, 믿음도 담아낼 수 없습니다.
-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마석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