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2 토,
*유일한 스승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 즉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늘 나라의 문으로 인도해 주는 참된 스승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게 하는 수단인 율법을 신성시하고 교조화하여, 율법이 제정된 본래의 정신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하느님의 지혜를 가르쳐야 할 스승들이 오히려 백성들의 무지몽매함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고 지위를 누렸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하는 내용의 복음 말씀을 읽을 적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예수님의 손가락이 저를 향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산다면서도 제 삶이 점점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렁치렁한 수도복을 멋인 양 입고 다니고 신자들에게 대접받고 공경받기를 맛들여가는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남들 앞에 서서 지적하고 가르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느덧 나 역시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제자가 스승을 앞질러 가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 제자다운 모습을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으려는 겸손한 제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 고진석 신부(왜관베네딕도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