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8 금,
* 그날과 그 시간
하느님 나라는 영토와 국민 그리고 정치조직과 경제체제를 갖춘 국가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하느님 나라를 그런 식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주권이 인간에게 있지 않고 하느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기 때문에, 돈이 최고가 되는 자본주의 국가와 거리가 멉니다.
하느님 나라는 물질적 기반이 아니라 영적인 기반에 서 있는 나라이므로 유물론에 기초한 공산주의 국가와도 다릅니다.
그러니 직접 보여 주지도 못하고 말로 알려 주지도 못하고 다만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를 설명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비유에 따르면 하느님 나라는 아무도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느닷없이 다가옵니다.
눈에 띌 듯 말 듯 아주 조금씩 변하다가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그 실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징표를 읽지 못하고 때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 눈에는 하느님 나라가 도둑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으로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입니다.
하느님 나라 신비를 깨달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마음의 등불을 켜들면 그 빛들이 모여 언젠가는 암흑에 싸인 세상을 환히 비추리라 믿습니다.
- 고진석 신부(왜관베네딕도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