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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주님 세례 축일 의미와 그리스도인의 사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10 조회수2,513 추천수0

주님 세례 축일 의미와 그리스도인의 사명


그리스도와 한 몸 된 우리… 새 생명 주신 하느님께 찬미를

 

 

주님 세례의 의미와 이유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6-17)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은 후 하느님의 영이 예수님 위로 내려왔고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다고 기록돼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지만 세례 받기 위해 강물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죄로 물들 수밖에 없는 인간과 유대를 맺는다. 죄가 없는 예수님이 죄의 짐을 지는 것으로 속죄와 고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인간과 연대의식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수님 세례의 모습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은총을 누리며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고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톨릭 청년 교리서 「YOUCAT」(유캣)은 본래 죄 없는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세례를 받은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항을 알려 준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짊어지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이 당신이 받은 세례를 장차 당신이 겪을 고통과 부활의 예고로 이해하셨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하느님의 음성은 결국 우리를 위해 돌아가실 의지를 드러낸 예수님의 표징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 1월 로마 시스티나 경당에서 주님 세례 축일 관례에 따라 교황청 직원 자녀들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하며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의 인간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예수가 인간성이라는 강물에 자신을 담가 온 인류에 자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교황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주님 세례는 ‘공현’(公顯)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주님 세례는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1-11)와 더불어 공현, 즉 예수님이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공적으로 드러내고 사명을 시작하는 공생활의 선포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1969년 전례력 개정에 의해 주님 세례 축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로 옮겨졌다. 주님 세례 축일로써 성탄 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되는데 이것은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를 주던 관습과 관련되면서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억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 피에트로 페루지노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초기교회 세례 모습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은 것은 약 2000년 전의 일로, 초대교회 세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성경 기록으로 그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우선 사도행전은 예수님이 부활한 뒤에 세례에 관해 말하고 요한의 세례와 구분 짓고 있음을 알려 준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과 함께 계실 때에 그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나에게서 들은 대로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너희는 며칠 뒤에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사도 1,4-5)라는 말씀에서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또한 성령으로 세례를 준 것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 세례 예식 모습의 흔적도 성경에 남아 있다. 에티오피아 내시의 예(사도 8,26-39)에는 ‘물로 내려가 세례를 주었다’고 언급돼 있으며, 사마리아 사람들의 예(사도 8,15)에서는 기도도 했다. 세례 중 모든 사람에게 성령이 내렸다.(사도 10,44)

 

성경 이외에 3세기까지 세례 기록을 담은 문헌에는 「디다케」, 「솔로몬의 송가」, 헤르마스의 「목자」 등이 있다. 「디다케」에 의하면 세례는 ‘살아 있는 물’(흐르는 물)로 줘야 하지만 살아 있는 물이 없을 때에는 다른 물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찬물이 없을 때에는 더운물로 세례를 줄 수 있다. 물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세례 후보자의 이마에 세 번 물을 붓는다는 규정도 있어 물에 잠그는 세례뿐만 아니라 물을 붓는 주수식(注水式) 세례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솔로몬의 송가」는 ‘물에 잠김’이 지옥에 내려가는 것이면서 해방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헤르마스의 「목자」 에는 ‘화관’과 ‘흰 옷’이 언급돼 있다. 초기교회 때부터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성취된 삶의 영광과 닮은 순백의 새 옷을 입혀주는 관습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의 사명

 

세례받은 신자는 과거의 죄를 씻고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세례는 그리스도인다운 생명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며, 하느님을 향한 자유와 해방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에 세례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12항은 세례성사를 견진성사, 성체성사와 함께 ‘입문의 성사’로 소개하며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신자들은 견진성사로 굳건하게 되며, 성체성사로 영원한 생명의 음식을 받는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부요한 생명을 더욱더 풍부하게 받게 되고 사랑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세례성사를 통해 갖게 되는 ‘세례명’은 세례를 받은 이가 앞으로 살아갈 신자로서의 삶에 지표를 제시해 준다. “세례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인간을 성화시키며, 그리스도인은 교회에서 부르는 자기의 이름을 세례 때 받는다. 그것은 어떤 성인의 이름, 곧 자기의 주님께 모범적으로 충성을 다 바친 한 제자의 이름일 수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156항)는 설명에서 세례 후 주님의 충성스러운 제자로 살아야 하는 신앙인의 의무가 분명히 드러난다.

 

교회법 제217조에는 세례받은 이의 구체적 의무로서 ▲ 복음적 가르침에 맞는 삶을 살고 ▲ 인격의 성숙을 추구하며 ▲ 구원의 신비를 깨닫고 살아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제시돼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적 교육을 받을 권리도 지닌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하느님이 교회에 맡긴 사명을 실행할 의무도 진다. 교회법 제96조에 의하면 세례로 사람이 그리스도의 교회에 합체되고, 각자의 신분 조건에 따라 그리스도교인들에게 고유한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

 

교회법 제204조는 “세례로 그리스도께 합체됨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으로 구성되고, 또한 이 때문에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자들이 된다”고 규정해 세례받은 이가 이 세상에서 실행해야 할 사명이자 의무, 권리를 밝히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2년 1월 9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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