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01 화,
* 니 내 아나?
부산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가 경상도 사나이들의 거친 말투 속에서 쉽게 상처 받고 살아가던 고등학교 시절, 가장 두려웠던 말은 거칠게 내뱉던 쌍욕도, 싸늘하게 들리던 투박한 비아냥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한마디! “니, 내 아나?”였습니다.
무엇인가 화가 난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내뱉던 친구의 그 한마디!
모든 관계를 단절하던 그 한마디!
“오늘부터 너랑 나랑은 절교야!”라는 의미로 내뱉던 단절의 그 한마디는 다시 관계를 회복할 때까지 그 아이와 나 사이의 커다란 벽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귀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예수님께 마귀들이나 내뱉던 그 차가운 말을 내뱉고 있습니까?
유혹에 넘어가면서, 남을 미워하면서, 욕심을 부리면서, 신앙을 부정하면서, 우리가 하는 작은 행동들, 말 한마디가 예수님께 내뱉던 마귀들의 그 말임을 잊지 맙시다.
“예수요! 니 내 아나?”라고 내뱉고 싶은 분은 사실 단 한 분도 없으시겠죠?
그런 여러분들에게 주님께서도 “니 내 아나?”라고 절대로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 고진석 신부(왜관베네딕도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