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10 목,
* 용서
고해소 앞의 긴 줄을 보며 급한 마음으로 달려와 줄을 섭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주님! 제가 왔습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저를 용서해 주셔야만 합니다.’
고해를 마치고 나오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는 찰라 내 눈앞에 내가 미워하던 그가 고해소에서 나오는 것을 봅니다.
‘아니 주님! 저런 놈도 용서해 주십니까?’
자신은 고스란히 용서받길 바라지만 남은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 이게 뭡니까?
용서란 내가 값없이 용서받는 것처럼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도 하느님께서 똑같이 용서하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부님! 정말 저 사람은 용서가 안 됩니다!”
“맞습니다. 안 되는 것 맞습니다. 용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서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던져 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은 것이 죄가 된 이유는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죄보다 선과 악이라는 경계를 구별하여 사람을 판단하고 나누는 하느님의 영역을 넘봤기 때문입니다.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은 과학이고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을 신앙이라고 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단순한 이해관계이며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용서임을 잊지 맙시다.
- 김홍석 신부(군종교구 해성대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