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P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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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부영 | 작성일2015-09-24 | 조회수1,145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옮겨서 .. P씨는 부인이 부르는 '아저씨'가 자신이란 걸 뒤늦게 알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도 아저씨란 호칭이 낯설다. 지난 27년 동안 신부님이란 소리만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P신부!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 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아는 사람이 힘을 써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건 견딜 만 했다. 사람들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커피가 걸쭉하게 나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P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다시 넣고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주었다. "고마워요. 저건(걸쭉한 커피) 아저씨 드시면 되겠네"라며 돌아서는 게 아닌가?! " P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옷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는데 허기가 져서 도저히 빗자루질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에 12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거냐?, 적게 받는 거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120만원의 가치를 따져 보았다. 그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그 수입으로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 쪼들리는 가장 밖에 안 될 것 같은데.." "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P신부는 말했다.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했는데 청소부로 일해 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평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질투도 없습니다.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 "본당에 돌아가면 그처럼 피곤하게 한 주일을 보내고 주일미사에 온 그는 낮은 자리에서의 한달 체험을 사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이 생계 터전인 진짜 미화원이라면 절망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다시 일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나도 빽 써서 들어왔는데. 그리고 가족들 생계는 당장 어떡하고.. 그래서 사치스러운 체험이라는 거예요." 한 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 같다. 미화반장한테 한소리 들었을지도 모른다. 쓸고 닦고 줍고… 몸을 깊숙이 숙인 채 고속도로 휴게소를 청소하는 P신부님. 타성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려는 기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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