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03 토,
* 죽이는 지식 살리는 지혜
농촌사목을 담당하고 있기에 농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습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를 쓰는 저와 농민들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들이 무심히 쓰는 말들은 지식의 언어였습니다.
무엇인가 많은 지식을 담은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자기만 사는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농민의 언어는 하나부터 열까지 무언가를 살리는 일에 몰두해 있습니다.
길가에 조금조금 심어둔 것들에도 생명을 살뜰히 대하는 배려가 머물러 있음을 보며, 결국 살리는 지혜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집을 지켜낸 것임을 확인하게 합니다.
한날은 동네 꼬마아이가 맑은 얼굴로 길가에 있는 식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을 들으며,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아는 지식의 덧없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혜는 저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을 내려놓고, 작은이로 생명에 다가갈 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제 인생에 지혜로운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작은 풀꽃 하나일지라도 말입니다.
-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