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07 수,
* 한 이의 기도
문득 교회의 식구들을 자세히 보면 많은 이들에게 묵주가 들려 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의 손목에도, 성전 한켠에 고요히 앉아 있는 어느 신자의 손에도, 병마와 싸우며 가쁜 숨을 몰아내는 분의 손에도 어김없이 들려 있습니다.
문득 저의 손목에 둘러져 제 살에 닿은 묵주를 한참을 바라봅니다.
시간의 때와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하지만, 그 묵주알과 달리 제 마음의 결은 거칠어져감을 느낍니다.
가끔은 묵주알을 돌리는 것인지, 저의 생각을 돌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하느님 말고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제 안에 있음을 제 묵주알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기도는 다른 어떤 것도 없이 오로지 그분만이, 그리고 자신만이 그 기도 자락에 머물고 있음을 봅니다.
그 기도가 어려운 신학적 정의보다 더 깊고 맑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전에 봉성체를 다니며 뵈었던 한 할머니도 시력을 잃어버린 채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자신을 버린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할머니의 조용한 기도 소리에 진정 가난한 이의 기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버림받고 상처받은 가난한 이가 드리는 기도가 그 어떤 기도보다 맑고 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성모님처럼 티없이 깨끗한 기도를 제 입술로 한 번이라도 드릴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