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08 목,
* 하느님의 선물로 드러난 인생
13년 전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저는 본당 어르신의 병자성사를 드리러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병자성사를 정성껏 드리고, 본당의 주일미사를 마치고 나서야 어머니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와 사제의 어머니들이 대개 그렇듯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이후에 어머니와 저는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로가 나눠야 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 나누고 용서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면 늦추지 않기로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들은 다 좋은 것들입니다.
병마저도, 그 속에 깃든 하느님의 시간을 헤아리지 못하면 불행이라 여기는 모든 것도 결국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불행으로 내모는 것들은 다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가난도 아픔도 그리고 죽음도 우리는 두려워할 뿐 그 시간 안에서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을 살아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결국 우리 자신이 우리 삶의 주인으로 살아온 것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이 주신 선물을 하찮게 여긴 시간들을 고이 접어놓고 그분의 뜻을 받아들어 보고자 합니다.
또한 욕망하기보다 희망하고자 합니다.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의 뜻을 믿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