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검은 사제들(The Priests)’이란 영화를 보고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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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5-11-09 | 조회수1,020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은 교통사고 이후 악령이 든 소녀를 구하는 두 사제의 이야기로 가톨릭 신자인 제게는 다소 낯선 엑소시즘, ‘구마’(악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 의식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의 반 정도가 스릴로 이어지는 구마 의식이 펼쳐지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악령을 소녀의 몸 밖으로 끌어내기까지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긴장감을 주고, 예식의 과정과 소품 등이 가톨릭의 사실적으로 묘사된 덕분에 몰입도가 높았다. 그렇다면 극 중 묘사된 구마 의식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드라마적인 영화일까.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구마 의식에서도 라틴어로 쓰인 ‘성 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미카엘의 기도)’와 ‘해방의 기도’가 사용된다. 다만, 보조사제가 여러 가지 언어로 악령과 대화하는 것은 영화적인 설정이다. 부마자 속 악령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 구마 의식이 끝나는 것도 사실이다. 부마자의 몸속에서 끄집어낸 악령을 새끼돼지 안에 가둔다는 설정도 근거가 있다. 성경에는 귀신 들린 이들을 만난 예수님이 귀신 떼를 돼지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는 구절이 있다. 돼지 자체가 음(陰)의 기운이 강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신을 퇴치하는 의식에 쓰이기도 한다.
구마사 김 신부(김윤석 분)가 속한 ‘장미 십자회’는 특정 종파를 거론할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지어낸 이름이란다. 악령의 명칭으로 거론되는 ‘12형상’도 십이지신(十二支神, 땅을 지키는 열두 신장)에서 따와 만든 것이라나. 악령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프란치스코의 종’ 역시 영화를 위해 만들어낸 소품이다.
2014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톨릭 구마협회(세계 구마사제협회)를 교회법상 인준 단체로 인정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선 정식 구마학교가 있고, 실제 그곳에서 구마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250여 명의 정식 구마 신부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들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고해성사가 신자와 신부님 사이의 약속이고 그 내용을 함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마 역시 고해성사의 맥락에서 부마자를 배려하기 위함이다. 한국에도 구마협회에서 교육을 받은 구마 사제가 있다.
장재현 이 영화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약 10개월 동안 구마예식에 대해 계속 조사했단다. 감독님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러 다니시고, 많은 신부님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러 다녔단다. 그리고 여러 신부님들도 이미 영화를 보셨는데 많이 좋아하셨단다. 허구적인 게 아니라 기도 의식에 맞춰서 했기에. 영화 완성 전에도 신부님들에게 많이 보여드렸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나 확인했는데 다들 만족스러워하셨단다.
그렇지만 가톨릭 평신도인 제게는 다소 낯선 엑소시즘인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인지라 극 중에 묘사된 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드라마적인 영화일까에 의아심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비 가톨릭 관람객에게는 천주교내의 미신적이고 일부 기독교에서의 광신적 요소로 내비칠 우려가 다분히 있어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상영 중에 일부 관객은 무섭고 혐오감까지 느껴 자리를 뜨기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검은 사제들’이란 제목만으로는 신부님의 순박한 내용을 연상했을 게다. 영어 제목도 ‘신부(The Priests)’이니까. 가난한 이, 작은 이를 향한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으로 많은 분들이 관람을 했으리라. 그러나 영화는 악령이 깃든 소녀에 몸에 있는 마귀를 쫓는 귀신같은 무시무시한 내용이다. 기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너무나도 극적으로 전개되는 영화이다. 이렇게 너무 드라마틱하게 전개를 하다 보니 오해 아닌 불신이 들기도 한다. 신부님들이 저렇게까지 어려운 일을 하다니! 세속의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굿’같은 미신적인 요소와, 가톨릭 내에서도 구마 의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필터링이 없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불러일으키기 제격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이를 일부 해소하고자 영화시작 전, 또는 후에 이에 관한 자막처리가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가톨릭 관련 단체에서 이에 관한 적절한 ‘공지’라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검은 사제들의 영화를 본 전후의 느낌이 너무 판이하기에 소감으로 간단히 적어 본 것이다. 일단은 개인적인 ‘영화 소감문’ 정도로 여겨주시길 부탁하면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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