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과 구원 사이
세상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섬뜩합니다.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시며 사용하신 예수님의 단어를 보면 ‘황폐’ ‘징벌’ ‘불행’ ‘재난’ ‘진노’와 같이 온통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짓밟힐 것’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표징들에 민족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멸망 혹은 세상 끝 날이 보여 주는 표상은 가히 파괴적이라 부를 만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9절)라고도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의 날이 ‘끝’이 아니라 다시 도래할 새 세상의 ‘시작’임을 암시해 주십니다.
세상은 무너지고 흔들려도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은 동시에 권능과 영광을 떨칠 수 있는 날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멸망으로 묘사되는 종말과 영광스런 종말은 지나치게 양극단입니다.
완전히 서로 다른 표상의 종말 사이 간격은 꽤나 멀어 보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은 결코 단박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한걸음에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멸하고 흥하기에 앞서 그 매개로써 어떤 행위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그 매개적 행위란 바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드는 것’입니다.
곧, 속죄의 표현입니다.
우리의 회심은 멸망의 그 날에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는 다리를 놓아줄 것입니다.
-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