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9 일,
희망을 희망함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시기에 하는 참회와는 달리 대림시기에 행하는 성찰과 회개는 ‘기다림’이라는 종말론적 의미를 담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고난 받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을 묵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사순의 속죄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것은 ‘새 하늘 새 땅’을 위한 구세주가 이 땅에 오실 것을 기다리며 혼탁한 세상이 정화되고 우리 마음이 쇄신될 것에 대한 희망에 근거한 회심입니다. 이 종말론적 기다림은 현세와 내세의 결합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즉, 우리의 속죄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한 회심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당장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행해지는 현재의 회개이기도 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 구절이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은 미래를 향하게 합니다. 하지만 또 ‘늘 깨어 기도하여라’는 지금 여기에서 실행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결국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라는 정식처럼 우리는 곧 다가올 속량을 희망하지만 그 희망은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점점 희망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져 가고 있는 불의한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의 집’은 인간의 탐욕으로 점점 부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과연 어느 지점에서부터 희망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에 대한 기다림에 있습니다. 우리가 대림시기에 하는 이 회심은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보편적 희망에 근거합니다.
-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