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난 놈들!
사제서품을 두어 달 앞둔 어느 날 우리 동기 부제들은 휴게실에 모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서품
모토를 정하느라 성경책과 씨름을 하고 있었지만 각자의 서품 모토 외에도 우리 반, 2006년 서품반의 모토를 정해야 한다는 반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한 후 다시 모인 자리에서 결정된 우리 반의 서품 모토는 바로 코린토 전서 1장 27절의
말씀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선택하셨습니다.”였습니다. 좀 더 폼 나는 말씀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이 말씀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신학교에는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잘생긴 동기들은 1, 2학년 때,
똑똑한 친구들은 3, 4학년 때 신학교를 떠나고 용감한 친구들은 군대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며 꿈이 있는 친구들은 대학원생 때고 부제반 때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 우리 동기들은 잘생기지도 똑똑하지도 용감하지도 않고, 가진 꿈도 용기도 없는 못난이… 들은 아니었지만 하느님 품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못난이들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게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하늘 나라의 신비를 맡겨
주셨습니다.
- 김홍석 신부(군종교구
해성대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