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6 일,
* 2등이라도 됩시다!
오늘 복음에서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리! 여러분은 말씀으로 표현되는 예수님과 소리로 표현되는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듣고 계십니다. ‘말씀’이란 의미를 담아 전해지는 음성신호인 말의 경어입니다. ‘소리’란 듣고 싶든 듣고 싶지 않든 전달되는 물체나 생물에서 발생되는 주파수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말씀이신 예수님을 강조하기 위해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인 세례자 요한이 소리로 표현된 것이죠. 그럼 소리보다 한 단계 낮은소음이란 무엇일까요? 듣기 싫은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1등은 말씀, 2등은 소리, 3등은 소음이죠! 예전에 홍콩에 갔을 때 그 번화한 침사츄이 거리에서 아무 말도 없이 푯말을 들고 서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들고 있던 푯말에는 광동어와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1. 예수님을 믿어라 2. 회개 하여라 3. 어린이로 돌아가라. 아무 말도 외치지 않았고 다만 푯말만을 들고 그 더운 땡볕 아래 서 있었습니다. 순간 그렇게 북적이던 거리는 광야가 되었고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지도 확성기로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은 그 사람은 적어도 소음은 아니었습니다. 구원은 듣는 것이 아니라 와서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보고 실천하는 것에서 구원은 완성됩니다. 우리는 허공에 사라지는 소음이 되지 않도록 누군가의 마음에서사랑의 싹이 틀 수 있도록, 씨앗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소리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2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 김홍석 신부(군종교구 해성대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