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태어나셨다.”(1,18)로 시작하면서 앞서 족보에서 밝힌 탄생을 구체적으로 전합니다. 요셉은 자신과 약혼한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 것을 알고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합니다(1,19).
요셉이 파혼을 작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하나는 그가 ‘의로운 사람’(1,19)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으로서 마리아와의 관계에 충실하여 그녀를 살리려 했습니다. 그는 비록 약혼자가 처녀 임신을 했지만 고귀한 인간성을 이어가도록 이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그는 '남모르게' 파혼함으로써 문제와 그로 인한 고통을 하느님 손안에 맡깁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아” 곧 회당에 고발하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의 증인을 세워 파혼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마리아의 혼전 임신 사실이 알려지고 그 때문에 고발당할 경우 그녀가 간통죄로 처벌받아 고통을 겪는 것을 막아주려고 파혼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당할 불이익이나 곤란한 처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 요셉의 꿈에 주님의 천사가 그 잉태는“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1,20)하고 말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마리아를 조건 없이 아내로 받아들입니다(1,24). 그녀를 받아들임은 곧 이해할 수 없는 현실과 고통,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법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섭리를 수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요셉은 우리가 어떻게 성탄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가르쳐줍니다. 무엇보다도 약혼자의 처녀 임신은 인간적으로 볼 때 매우 난처하고 당혹스러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는 하느님 뜻에 순종하고 상대방인 마리아를 배려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의 눈과 마음으로 상대방의 고통과 어려움에 함께할 때 주님께서 태어나실 것입니다.
우리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늘 그렇게 인간을 중심에 두고 존중해야겠지요. 상대방의 어려움과 고통을 받아들여 헤아리고, 공감하며 그 사람 편에 서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와 함께 계시며’(1,23)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실’(28,20) 임마누엘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인간의 지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이기에 그것을 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의로운’ 요셉처럼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꺼이 순종하는 태도를 지녀야하겠습니다.
나 자신이 가난하신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구유가 될 수 있도록 요셉처럼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신앙 안에서 받아들이며, 이웃과 함께하는 임마누엘의 사랑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