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3 수,
*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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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한함이,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의 영원성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특히 죽음을 통해 삶이 조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한 인물의 죽음이 위대한 것은 그분의 삶이 훌륭했던 까닭입니다.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에 따르면, 인간 삶 전체의 의미는 현존재가 이 세계에서 죽음을 어떤 의미로 경험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보여 준 구원섭리도 십자가 사건이라는 죽음을 계기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은 ‘알파요 오메가’처럼 ‘따로, 또 같이’입니다. 그리하여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묵상할 때마다 그의 허무한 죽음을 동시에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경은 요한의 탄생을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단 한 칼에 목이 잘리고 마는 요한의 죽음 앞에서 과연 ‘주님의 손길과 보살핌’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분의 손길은 고작 유한한 인간이 죽고 사는 ‘안위’에 있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분의 보살핌은 내가 창조된 이유와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가도록 성찰케 해 주는 능력에 있습니다.
- 김정일 신부(의정부 신앙교육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