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장이나 총장, 혹은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리는 그 사람의 첫 행보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가치관과 목표, 계획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우리 회사 회장님이라면 첫 행보를 보고 ‘이번 회장님은 이런 걸 하고자 하시는구나’를 재빠르게 파악해 일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것입니다.
우리는 연중 시기를 시작하면서 마르코 복음 1장을 읽고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첫 제자들을 뽑고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마귀를 쫓아내시고(어제 복음) 아픈 사람을 고쳐 주신것(오늘 복음)이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첫 행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악의 세력을 쫓아내고 아픈 이들의 병을 고쳐 주는 것을 당신 활동의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도 예수님의 의중을 재빠르게 파악해야겠습니다. 아직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빛을 전하고, 아프고 힘든 이웃들을 찾아가서 힘과 용기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 회장님(?)의 방침을 따르는 현명한 신앙생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박민우 신부(서울대교구 서교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