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 호숫가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호수의 물이 사람 키만큼 일어나서 얼굴을 때렸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바람의 난폭한 이면을 본 것입니다. 바람 자체가 아니라 나의
생명이 위협받는 느낌에 움츠러들었습니다. 두려움 앞에 예수님은 ‘믿음’을 말씀하십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고물에 베개를 베고 주무시는 예수님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죽는다고 알고 있지만, 누구도 죽음을 예상하지
못하는 ‘삶’만의 연속을 고집합니다. 죽음은 삶처럼 일상이지만 나의 일상으로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고 부유하고 즐거운 일들만이 아니라 병들고 가난하고 불편한 일들도 산의 굴곡처럼 함께 있다는 것, 그중 하나가 두려운 미래, 죽음입니다.
삼 년의 공생활 후 이미 인지한 죽음을 기다리는 예수님에겐 무엇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늘을 나의 마지막 날로 예언하는 나에게는 두려울 게 없습니다. 오늘 그 죽음을 받아들인 나에겐 내일은 부활의 날이요, 구원의 시작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의 죽음에 동참했다고 고백합니다. 고백을 넘어서 죽음을 내 삶으로 꼭 껴안는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두려움 없는 생명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동원 신부(서울대교구 대만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