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5 (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
하늘 나라 연습장
수도원 형제들과 3박 4일 일정으로 산행을 떠났습니다. 산을 오르는 일은 고되지만 산 위의 공기를 맛보는 상쾌함은 이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널찍한 바위를 찾아 산새들과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벗 삼아 봉헌하는 산속 미사의 은총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미사를 준비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전례담당 형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산새를 갈랐습니다. “앗! 신부님, 미사주를 안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바위 위에 펼쳐놓은 미사 성구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힘없이 하산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장례미사 중에
많이 선포되는 말씀입니다. 하늘을 바라며 현재 지상 생에 머물고 있는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준비자세에 관한
종말론적 언급입니다.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손수 만들어 주신 우리 신앙인들은 언젠가 돌아갈 하느님 나라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 들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자격은 지금 여기, 지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하고 착실히 준비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여러 일로 많은 선행과 봉사를 하고 있더라도 어느 보잘것없는 일 하나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내 눈으로 하느님의 얼굴을 뵈올 때 뉘우치려 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류지인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지상 생애는 하늘 나라 걸음마를 익히는 좋은 연습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