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2 (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마태오 복음 16장 13-19절
넌 누구니?
사제생활 10년쯤 되었을 때, 깊은 내적 방황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기도는 물론 본당신부로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늘 공허하고 불안했습니다. 새벽에 불쑥 목포까지 달려갔다 오기도 하고, 쇼핑도 해보고,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수십 권의 신앙서적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허와 불안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라는 주제로 예비신자 교리를 하는데, 교리를 받던 한 분이 “신부님, 입고 계신 그 검정색 긴 옷은 뭐예요?”라고 물었습니다. “수단이라고 불러요. 세상에 대해 죽고
주님만을 위해 살도록 교회가 입혀 준 옷이고요.” 세상에 대하여 죽고 주님만을 위하여 산다? 갑자기 생각이 아득해지는데, 그분이 “신부님, 잘 어울려요.”라고 말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후에, 찰고를 하는데 “사실 저는 예수님을 아직 잘 몰라요. 믿음도 그렇고요. 그래서 신부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신부님께 예수님은 누구세요?”
다시 그분이 물었습니다. 그 질문 뒤에 이어진 짧고 깊었던 침묵의 시간! 그리고 고백한 한마디. “전부예요.” 찰고가 끝나고 사제관에 들어와 끝기도를 바치면서 그 동안의 공허함과 불안함의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전부全部이신 분을 내 삶의 부분部分으로 여겼으니 그렇게 공허하고 불안했었구나!’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에게 누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