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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와 미사의 영성11: 전례 공간의 의미 - 성수대(성수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5-04 조회수3,281 추천수0

전례와 미사의 영성 (11) 전례 공간의 의미 : 성수대(성수반)

 

 

우리는 때때로 삶의 힘겨움과 상처로 인해 아파하곤 합니다. 그 힘겨움과 상처로 인해 모든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어려움은 왜 마치도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다가오는지 이해할 수 없고 도저히 자신의 힘만으로 어찌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성당은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 안에서 우리 영혼의 피난처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주님께 드리는 공간이 되고, 또한 주님께서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십니다.

 

이러한 성당에 들어서며 우리는 가장 먼저 성수대(성수반)에 있는 성수를 손으로 찍어 성호경을 하고 주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성수대는 성수를 담아 두는 작은 성수 그릇을 말합니다. 주로 성당 문 입구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 성수대에 담아 둔 성수는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복한 물을 말합니다. 특별히 성수는 물이 변하지 않도록 소금을 넣어 축복하게 됩니다. 전례에서는 주로 사람과 사물을 축복할 때, 성전 봉헌과 구마식 때 성수가 사용됩니다. 사제는 이 성수를 사용하여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가면서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집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 이유는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자신이 성화되는데 방해되는 모든 죄스러운 모습과 악마를 쫓음으로써 우리 자신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호를 그으면서 ‘주님 이 성수로 저희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하고 기도를 바칩니다.

 

성수대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세례 때의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세례 때 우리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바로 이처럼 세례 때의 물로 씻기고, 삼위의 이름으로 세례 받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다시 기억하는 순간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물을 축복하는 성수 예식 안에서도 “이 물로 저희가 이미 받은 세례를 기억하고 새로 세례를 받은 형제들과 파스카의 기쁨으로 하나 되게 하소서.”(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물 축복 예식 참조) 하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정화하고, 세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다시 깨닫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겹고 어려워도 오직 하느님 앞에서 나는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모습이든, 또 어떤 상황이든 그분은 나를 말없이 안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2022년 5월 1일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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