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개입 - 인영균 끌레멘스 신부님(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 | |||
---|---|---|---|---|
작성자이진영 | 작성일2016-08-07 | 조회수1,934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제1독서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었다.>
복음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졌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2016년 08월 06일) 개입
그리스어에서 시간을 말하는 단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노스’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입니다. ‘크로노스’는 평범한 일상의 시간을 말합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짐에 따라 흘러가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이 시간의 도도한 흐름에 잠겨 같이 떠내려갈 때 ‘인간의 무상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무료한 나날의 연속에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시간인 ‘카이로스’는 일상의 시간이지만 특별한 순간, 빛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을 말합니다.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카이로스는 하느님이 우리 삶에 개입하시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카이로스를 구원의 때, 은총의 때, 하느님과 만남의 때라고 합니다.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 사도는 높은 산에서 예수님의 얼굴과 의복이 찬란히 빛나는 것, 곧 ‘예수님의 영광’(루카 9,32)을 육신의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더 나아가 구약의 인물들, 율법을 내려준 모세와 대표적인 예언자 엘리야가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이 제자들이 이 땅에서 하늘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지복직관’ 至福直觀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복된 일입니까? 베드로와 두 제자는 ‘크로노스’ 안에서 ‘카이로스’를 체험한 것입니다.
하느님이 자신의 삶 안에 개입하시는 순간인 카이로스를 체험한 이들은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힘이기 때문에 평범했던 일상이 순식간 달라집니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길지 않습니다.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찰나’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방향이, 인생의 질이,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잘 생각해보면 신앙인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시간 안에서 하느님이 개입하신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을 자주 돌이켜보면 다시 힘을 얻고 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을 깊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크로노스가 카이로스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임마누엘’(Emanuel)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