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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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16-08-10 | 조회수1,692 | 추천수9 | 반대(0) |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기념일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연극 ‘햄릿’을 보았습니다. 교구장님과 교구청의 사제들이 함께 보았습니다. 문화 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교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신학교에 다닐 때, 연극을 했었습니다. 여왕 크리스티나, 결혼, 데미안을 무대에서 만났습니다. 무대를 만들고, 의상을 구하고, 대사를 외우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안에도 뜨거운 열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극을 마치면 아쉬움과 후련함이 찾아왔습니다. 함께 했던 동료들과 뒤풀이를 하며 연극보다 더 진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번 연극을 보면서 3가지 감동을 했습니다. 첫째는 출연 배우들의 나이입니다. 평균나이가 68세라고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열과 혼을 다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처음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춥고 배고플지라도 묵묵히 걷다보니,그분들이 존경받는 길이 된 것입니다.
둘째는 주옥같은 대사였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시작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 배신, 좌절, 분노, 원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삶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하는 인간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아서는 해결 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버려야만 희망의 꽃이 피는 것입니다.
셋째는 무대연출입니다. 기존의 연극은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연극에서 객석은 모두 비워 있었습니다. 같은 무대에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있었습니다. 관객은 배우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관객과 함께 호흡을 하며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막이 올랐을 때 텅 빈 객석이 눈에 보였습니다. 연출자는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여러분들이 살아야 합니다.’ 무대가 객석이었고, 세상이 무대였음을 말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작은 객석일지 모릅니다.우리가 살아야할 무대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세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이별의 슬픔을 안고 쓸쓸히 죽어간 사람도,불의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도, 피어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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