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죽어라 - 인영균 끌레멘스 신부님(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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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진영 | 작성일2016-09-05 | 조회수1,16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제1독서 <우리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었습니다.>
복음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 축일(2016년 09월 03일) 죽어라
그레고리오 대 교황 축일입니다. 교황들 가운데 이름 앞에 ‘대’(大)를 붙히는 교황은 딱 두 분밖에 없습니다. 레오 대 교황과 그레고리오 대 교황입니다. 큰 대자를 붙히는 이유는 그 만큼 주님의 교회를 위해 큰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에서는 오늘을 기념일이 아니라 축일로 한 등급 더 올려 경축합니다. 그레고리오 교황의 저서들 가운데 베네딕도 성인 일대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베네딕도 성인에 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규칙서 외에는 이 일대기가 유일합니다. 또한 성 그레고리오는 베네딕도 성인처럼 교황이 되기 전까지 수도생활을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교황 임기 내내 수도생활을 그리워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루카 22,24-30입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황이 제일 먼저 사용한 ‘Servus Servorum’(종들의 종)이라는 말대로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종들의 종’이 되라고 초대하십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최후만찬 석상에서도 누가 더 높은 지를 두고 싸움질을 합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스승 앞에서도 자리에 눈이 먼 제자들은 자기들끼리 다투기 바쁩니다. 이런 제자들을 보는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불 보듯 뻔합니다. 공생활 내내 그렇게 열성을 다해 제자들의 삶에 대해 가르쳤건만 이런 제자들의 행태를 보니 주님의 마음은 정말 답답하셨을 겁니다. 제자들에게 다시 가르침을 펼쳐보이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22,26-27).
남의 종이 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죽어라’는 뜻입니다. 죽지 않으면 도저히 종이 될 수 없습니다. 주님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죽으면 살리라’입니다. 또한 반대로 ‘살면 죽으리라’도 됩니다. 늘 우리의 선택이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매일이 선택입니다. 우선 나 자신한테 죽어야 합니다.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매일 잘 죽어야 우리는 잘 살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죽도록 합시다.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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