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22) 미사의 영성 : 설렘(알렐루야) ‘우리가 살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언제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대답을 합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과 손에 주름이 늘어갈 때 느낀다는 분도 계시고, 어느 날 문득 자녀나 손자들이 훌쩍 커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느낀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런 나이 듦과 더불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나 자신이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삶에서 설렘이 조금씩 사라져 갈 때입니다. 우리의 지난 모습을 가만히 돌아보면 세월이 흘러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삶에서 호기심도, 그리고 설렘도 사라짐을 깨닫게 됩니다. 가령 어렸을 때는 여행이나 소풍 가기 전날 들뜨고 설레는 마음에 뜬눈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였던 모습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어릴 적 그런 설렘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필요한 물품 준비나 교통편 마련 등 현실적인 이유로 먼저 고민하게 되는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아주 어렸을 때는 자기보다 더 큰 덩치의 과자 부스러기를 들고 줄 맞춰 지나가는 개미들에 대해 놀라워하며 한참을 쳐다보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들에 이젠 놀라워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 내 삶의 모습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삶의 힘겨움을 짊어진 채, 지친 모습으로 세상에 줄 맞춰 걸어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삶을 살아가면서 설렐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삶의 또 다른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설렘을 우리는 특별히 미사 안에서 체험하게 됩니다. 삶 속에 마주치는 어둠과 뜻하지 않은 삶의 상황들 속에서 무엇이 바른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우리에게 삶의 희망과 기쁨이 되어 줄 말씀이 들려옵니다.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 말 그대로 ‘기쁜 소식’이 슬픔과 삶의 고통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기에 우리는 이제 잃어버린 설렘을 다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쁜 소식에 대한 설렘을 “알렐루야”를 통해 노래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의미의 “알렐루야”는 ‘하느님으로 인해 이제 설레는 삶을 다시 살아가라’는 초대의 다른 말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초대 앞에 모든 이들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 일어서서 ‘주님을 환영하고 찬양하며, 그분에 대한 믿음을 고백’(미사 경본 총 지침 62항 참조)합니다. 그리고 이제 지금 여기서 구원의 기쁜 소식이 전해집니다. 우리는 미사 안에서나, 삶의 순간들 속에서 그 기쁜 소식에 대한 설렘을 마음 가득 안고 이렇게 외칩니다. “알렐루야(Alleluia).” [2022년 8월 7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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