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특집] 니콜라오 성인은 왜 산타클로스가 됐을까?
자선 위해 몸 바친 성인의 헌신… 세상을 수놓는 사랑의 선물로 하얀 수염에 붉은 볼, 둥그렇게 나온 배에 후덕한 풍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굴뚝을 오르내리는 할아버지.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기분 좋은 상징 중 하나다.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의 원칙은 전 세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의 존재여부를 밝힐 수 없는 이유가 됐다. 굴뚝을 타고 선물을 전하는 후덕한 풍채의 산타클로스가 실제로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선을 행하며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인물은 존재한다. 바로 니콜라오 성인이다. - 베아토 안젤리코 ‘성 니콜라오 이야기’. 위기에 처한 세 자매를 위해 성인(맨 오른쪽)이 황금이 든 자루를 창문으로 전달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니콜라오 성인, 산타클로스로 우리 곁에 다시 오다 4세기경 소아시아지역 미라(Myra) 주교로 활동했던 니콜라오 성인은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를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지고 공경되고 있는 성인 중 하나다. 따라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지에서는 그의 축일(12월 6일)을 기념해 행사를 개최했는데, 자선을 베풀었던 성인의 모범을 따라 축일 전날 밤에 선물을 교환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산타클로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지금의 미국 뉴욕인 뉴암스테르담에 정착했던 네덜란드인들이 성 니콜라오 축일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관습을 미국에 소개하면서다. 성 니콜라오를 라틴어로 표기하면 ‘상투스 니콜라우스’(Santus Nicolaus)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를 ‘신터 클레스’(Sinter Claes)라고 불렀고, 미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산타클로스’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변화했다. 흰 수염에 둥그렇게 나온 배, 유쾌하게 웃으며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180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미국 소설가 어빙은 1809년 「뉴욕에 정착한 네들란드 후손들의 역사」라는 책에서 산타클로스를 토실토실 살이 찌고 유쾌하게 웃고 있으며 테가 넓은 모자를 쓰고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1823년 미국 문학가 무어는 ‘성 니콜라오의 방문’이라는 시를 통해 순록과 썰매를 탄 반짝이는 눈의 산타클로스를 묘사했다. 한편 미국의 만화가 토머스 내스트는 1863년 「주간 하퍼 삽화」에서 남북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당시의 군인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나눠 주는 모습으로 산타클로스를 묘사했다. 이 삽화에서 그는 여덟 마리의 사슴이 썰매를 끌고 있는 모습과 함께 수염 난 산타클로스를 유쾌하게 웃는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더욱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에 가깝게 표현했다. - 성 니콜라오. (이콘) 불쌍한 이들 돕는데 헌신한 니콜라오 성인 3세기 말 소아시아 리키아(지금의 터키) 지방의 파타라에서 태어난 니콜라오 성인은 돈 많은 부모를 일찍 여읜 후 물려받은 재산을 불쌍한 이들을 돕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헌신하는 데 바쳤다. 니콜라오 성인이 사제로 서품된 지 얼마 안 돼 미라의 주교가 선종했는데 적당한 후임자가 없어 열심히 기도를 했던 주교들은 밤중에 하늘에서 “내일 아침 성당에 맨 먼저 들어오는 ‘니콜라오’라는 자를 뽑으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튿날 아침 조배하러 성당에 갔던 니콜라오는 그 즉시 주교로 축성됐다. 그의 선행에 관해서는 이어져 내려오는 여러 전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세 처녀 이야기다. 결혼 지참금이 없어 출가하지 못했던 세 자매. 고민하던 세 자매의 아버지는 궁리 끝에 딸을 팔아넘기기로 결정했고, 이를 알게 된 니콜라오 성인은 황금이 든 자루를 이들에게 전했다. 그 중 한 자루는 밤중에 창문으로 들어가 난로 가에 걸어 놓은 양말 속에 넣어줬는데,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양말을 걸어 놓는 관습은 이 전설에서 유래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니콜라오 성인과 관련이 있다. 기근이 든 해에 마음씨 나쁜 여관집 주인이 아이 셋을 죽인 후 손님들에게 먹을거리로 팔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은 12월 24일에 일어났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니콜라오가 죽은 세 아이를 부활시켰다고 전해진다. 이 전설로 인해 니콜라오 성인은 서유럽에서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지게 됐으며, 이후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로 자리잡았다. 또한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사형을 받게 된 3명의 청년을 구해 주거나 물에 빠진 선원들을 기적적으로 구해주기도 했던 니콜라오 성인은 지금도 선원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다. 성탄절을 보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니콜라오 성인의 정신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어린이들이 있는 집을 방문하는 산타클로스. 시대가 변하며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신앙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니콜라오 성인의 정신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루카 6,38)라는 복음 말씀을 실천했던 니콜라오 성인의 뜻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산타클로스에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교회 곳곳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니콜라오 성인의 나눔 실천에 동참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는 2006년부터 산타클로스의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은 소아암이나 희귀난치병으로 투병중인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는 이벤트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영삼(그레고리오) 홍보팀장은 “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기쁘게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자 선물을 전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산타클로스가 갖는 나눔의 의미를 이 캠페인을 통해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ACN) 한국지부(이사장 유경촌 주교)도 ‘그리스도인 난민 가정에게 희망을’ 캠페인을 통해 난민 가정을 위해 자선을 실천하며 성탄을 보내길 요청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2년 12월 25일,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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