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1."세상의 끝날"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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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문숙 | 작성일2017-08-01 | 조회수2,950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마태 13,36-43(연중 17 화)
우리는 이 세상에 판치고 있는 폭력과 불의와 죄악을 보면서 곧잘 흥분하고 분노하곤 합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빗어지고 있는 부정과 부조리와 모순을 보면서 경악하고 절망하곤 합니다. 그리고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미움과 무관심과 온갖 악한 생각들을 보면서 심히 좌절하곤 합니다. 정말 이 세상에는 왜 악이 사라지지 않는지? 왜 하느님께서는 악들이 활개 치도록 방관하고만 계시는지?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하느님께 대한 의혹과 불신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은 이미 들은 “밀밭의 가라지 비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마태 13,36)라고 청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끝날”(마태 13,40)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끝날”이 되면,밀과 가라지의 분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밀과 가라지에 대한 주권이 바로 당신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도록 허용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곧 이 세상이라는 밭에는 밀과 함께 악마가 뿌려놓은 가라지가 같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러니, 이 세상은 하느님의 밭이지만 악마가 뿌려놓은 씨앗들도 함께 자라는 밭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는 동시에 교회가 세상을 향해 열려있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왜냐하면, 밀 씨는 교회 안에만 뿌려진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깨달은 분이 어제 우리가 기념한 성 이냐시오 로욜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복음의 소명에 따라 교회를 세상을 향해 활짝 연 분이었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하늘나라의 씨앗을 열매 맺기 위해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곧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가라지들이 아무리 이 세상에 판을 친다 하여도, 하늘나라의 성장을 결코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가라지들이 제 아무리 내 안에서 격렬하게 기승을 부리고 교회 안에서 마저 설쳐댄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 마저도 하늘나라는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믿고 희망합니다. 또한 당신만을 사랑하고 다시 오실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과 함께 하늘나라가 완성되어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것 속에서 구원으로 부르심 받았습니다. 곧 가라지가 없는 것 속에서 저절로 열매 맺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마태 10,16)고 하시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비록 악이 세상에 함께 자라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악에 젖어들거나 협조하거나 방조하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악을 피하면서, 선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갑니다. 곧 우리는 악을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악이 번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악으로부터 선을 보호해야 합니다. 나아가 악이 더 이상 활개 치지 못하도록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10,34) 하시고,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0,39-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때가 오면 사람의 아들이 보낸 천사들에 의해 먼저 밀과 가라지가“분리”되고, 그 다음에는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는 밀포기를 잘 쳐서, 풍성한 열매 맺어야 할 일입니다.그리하여 추수 때에, ‘추려져 불구덩이에 쳐 넣어져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일이 없이,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입니다’(13,42-43참조).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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